'폭싹 속았수다' 눈물 바다 만든 애순 엄마의 사망, 숨병의 원인은?

안녕하세요. 요즘 많은 분들이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제주도 해녀들의 삶을 엿보고 계실 텐데요. 특히 '숨병'이라는 독특한 질환이 등장하면서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셨을 것 같습니다. 이 병은 단순한 의학적 진단이 아닌, 제주 해녀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질환 개념입니다. 오늘은 숨병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배경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폭싹 속았수다' 중 숨병이란? (이미지 출처 : freepik)

숨병이란 무엇인가요?

숨병은 제주도 해녀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특유의 질환 개념입니다. 제주 방언으로 '숨을 쉬기 힘들어지는 병'을 뜻하는데요, 이는 단순한 호흡 곤란을 넘어서 해녀라는 직업의 환경, 여성으로서의 역할, 그리고 공동체 내의 정서가 깊게 깔려 있는 병입니다. 숨병은 해녀들이 겪는 육체적 피로와 심리적 고통, 감정 억압, 그리고 공동체 속에서의 소외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전통문화 속 질환 개념입니다.

 

숨병과 잠수병의 차이점

많은 분들이 숨병을 잠수병과 혼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병은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잠수병은 과학적 원리로 설명 가능한 기체 물리학에 따른 결과로, 주로 잠수 후 빠르게 수면으로 올라올 때 체내에 남아 있는 질소 기체가 혈액 내에서 기포를 형성하면서 발생합니다. 반면 숨병은 해녀들이 매일 바다에 들어가 수심 깊은 곳까지 잠수하여 조업을 하면서 발생하는 육체적, 심리적 부담이 복합적으로 쌓여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숨병의 증상과 특징

숨병의 주요 증상은 심한 호흡곤란과 가슴의 압박감입니다. 이는 과호흡 증후군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지만, 더 깊은 문화적·정서적 맥락이 있습니다. 숨병은 주로 해녀들에게 발생하며, 젊은 세대보다는 고령의 여성 해녀들에게 많이 나타납니다. 증상 외에도 억울함, 소외감, 사회적 압박감 등이 내면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숨병의 사회, 문화적 배경은?

숨병은 단순히 홧병처럼 '속이 타고 억울해서 생긴 병'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홧병이 말 못 할 분노와 울분에서 기인하는 반면, 숨병은 직업적 위험성과 육체적 한계, 그리고 그로 인한 사회적 고립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해녀들은 매일 바다에 들어가 극한의 상황에 놓이게 되며, 물속에서의 압박, 바깥과의 기온 차, 그리고 해녀 노릇을 병행하면서 겪는 가족과 사회의 갈등 등 모든 심리적·신체적 부담이 쌓여 숨병이 발생하게 됩니다.

 

숨병과 해녀의 삶

숨병은 현재 학계에서 정식 질병 코드로 분류되어 있지는 않지만, 의료 인류학이나 민속학, 여성학 분야에서 깊이 다뤄지는 주제입니다. 특히 고령의 해녀가 줄어들면서 이 병도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이는 단순히 질병의 소멸이 아니라 한 시대 여성의 삶과 고통이 잊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애순이 엄마가 숨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설정은, 제주 여성의 고된 삶과 해녀라는 직업의 그림자를 조명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의 숨병의 의미 (폭싹 속 이야기)

숨병은 단순한 병이 아닌 역사적, 문화적 상징입니다. 이는 누군가의 건강이 단지 몸의 상태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과 마음의 상태, 그리고 사회적 관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줍니다. 말 없이 참는 것, 버티는 것만이 미덕은 아닙니다. 더 이상 '숨'이 병이 되기 전에, 우리는 서로의 삶을 더 세심히 살펴야 할 때입니다.

이처럼 숨병은 제주 해녀들의 고단한 삶을 비추는 하나의 창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정서적 고립감을 이해하고,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제주 해녀들의 숨병은 단순한 질병을 넘어,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